자세한 조항을 따져보지 않았는데, 계약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C양은 독일에 온지 두 달 만에 기적적으로 아파트를 얻었습니다. 한달 넘게 호스텔에 머물면서 열심히 발품을 팔며 100군데 넘게
집을 보러 다녔지만, 다 허사였는데, 마침 급하게 집을 내놓는 한국분이 있어서 드디어 이사를 할 수 있었죠.
급하게 귀국하느라 가구랑 전자제품, 각종 살림살이까지 싼 값에 다 넘기겠다고 해서 여러모로 편리했습니다.
하루하루 나가는 호스텔비도 아깝고, 바로 입주할 수 있다는 얘기에 신이 나서 그 집으로 바로 이사를 했죠.
몇 일 후에 귀국했던 전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가 입주할 때는 어학생이라도 계약이 됐는데, 지금은 어학생이면
독일인 보증인이 있어야 한다고 구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독일에서 보증인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 안 된다고 하니까, 그럼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군요.ㅜㅜ
결국은 친구가 와서 정리할테니 몇일 살았던 월세만 내고 열쇠는 친구에게 주고 나가라고 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그 분은 최소 1년을 살기로 하고 집 계약을 했는데, 다른 도시에서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급하게 이사를 갔어야 했더라구요.
그리고 당시에 계약도 지인분이 보증을 서줘서 가능했던 거구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C양은 또다시 호스텔로 돌아가지만, 이젠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구요.
결국은 다시 인터넷 벼룩시장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 계약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주 세입자가 바뀌는 것보다야 당연히 오래 사는 게 훨씬 더 좋겠죠.
어학을 하는 도시에서 대학에 입학하여 몇 년간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엔 아무래도 어학하는 도시와 대학을 다니는 도시가
다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독일에 오자마자 집 구하는 게 쉽다면 몰라도, 그것도 아닌데, 대학을 어디로 가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구 없는 아파트를 덜컥 계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기도 합니다.
계약이 어려운 집은 해약도 어려운 법입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최소 거주 기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한국처럼 위약금을 내고 일찍 해약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차기 임차인을 직접 구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까다로울 경우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 퇴짜 놓기 일쑤죠.
적당한 사람을 제때 못 구하면 결국 양쪽에 집세를 내야 하고, 보증금은 보증금대로 이런 저런 이유로 떼이기 일쑤입니다.
물론 각 도시에는 세입자 권익을 보호하는 여러 단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이런 과정을 독일과 독일어를 알아 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공부를 꼭 집 때문에 골치 아프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독일 유학 초반에 할 이유는 더더군다나 없죠.
다른 대안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가구도 있고, 계약기간도 짧으며, 계약과 해약이 간단한 집을 찾아 보는 것이
어학할 때는 가장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